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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9 (00:15) from 211.107.122.74' of 211.107.122.74'	Article Number : 1506
김수정 (sujung_@hanmail.net)	Access : 4525 , Lines : 28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파킨슨 법칙'이라는 게 있다. 업무는 그에 할당된 시간만큼 늘어지 게 돼 있다는 법칙이다. 많은 경영자가 이 법칙을 신뢰했던 것도 사 실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촉박하고 빡빡하게 일을 시켰다. 그러나 파킨슨은 어떤 통계분석이나 데이터 수집을 통해 이 법칙을 말한 게 아니었다. 그는 풍자가였고 자신의 책에서 이 말을 잠깐 써먹었을 뿐 이다. 파킨슨은 업무에 대한 충성도, 일에 대한 자부심, 조직의 인간 관계나 장래성 등 조직문화 자체를 배제한 채 이 말을 한 것이다.

이제 파킨슨의 법칙으로는 복잡다기한 현대사회 조직을 설명할 수 없 다. 현대인은 하고 싶은 일에는 밤을 새우지만 하기 싫은 일은 아무 리 많은 시간을 줘도 제대로 안하기 때문이다. 즉 현대인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결국 직원들에게 행 복하다는 느낌을 주는 직장이 가장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IT기업 전문 컨설팅회사인 애틀랜틱시스템스길드의 공동 대표인 톰 디마르코와 티모시 리스터가 쓴 '피플 웨어(Peopleware)'는 정말로 일하고 싶어지는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책이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무슨 이유 때문에 직장에서 불행을 느끼고 열정 을 다하지 못할까. 이 책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서 해답을 찾는다.

첫번째 이유는 공간의 문제다. 우선 자리가 편안해야 한다. 즉 일하 는 공간과 책상이 최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시설에서 일하는 직장인일수록 만족도가 높고, 업무능률을 올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경영 측면에서는 간과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이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 뻑하 면 고장나는 복사기, 하루에도 몇 번씩 만드는 보고서와 회의자료, 고요를 깨는 사내방송 등 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이 조직원을 불행하게 만든다.

세번째는 사생활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관리자들에게 원인이 있다. 사 생활의 희생은 단기적인 성과를 이룰지는 모르지만 결국 조직 이직률 을 높인다. 사생활을 희생해가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초과완성한다 해 도 그 직후 팀원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은 현대기업이 안고 있는 현안이다.

자, 이제 해결책을 찾아보자. 저자들은 열정적이고 행복한 조직을 만 드는 5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첫째, 무엇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생산량을 중 시한다거나 상사와의 관계, 비정상적인 경쟁을 중시하는 기업은 직원 들에게 자긍심을 주지 못한다. 직원들이 밖에 나가 부끄럽지 않게 회 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라. 자신이 만든 제품이 자신의 얼굴이라 는 걸 깨닫게 하라.

둘째, 종결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조직원들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가 없다.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이 명백해야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기가 가는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해 있는지 언제 끝나는지 알아야 안심할 수 있다. 이것이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종결 감'이다. 지금 시작한 일이 어디까지 왔고 언제 끝나는지를 말해 줘 라.

셋째, 엘리트 의식을 심어 줘라. 여기서 엘리트 의식이란 자기 업무 에 관한 자부심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자신만이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라. 아무리 많은 업무에도 행복해 할 것이다 .

넷째, 이질성을 허락하고 격려하라. 회사는 군대가 아니다. 외모도 성격도 취미도 다를 수밖에 없다. 조직의 기여도 이외의 다른 개성을 문제삼지 말아라. 조직이 한 개인의 개성을 인정할 때 조직원들은 행 복하다.

다섯째, 수평적 네트워크를 갖춰라. 수직 네트워크에서 직원들은 자 신을 확인하기 힘들다. 즉 재미를 못느낀다는 것이다. 마음 속에 잠 자는 거인을 깨우기 위해서는 흥미와 자신감이 필수다. 아무리 잘해 도 빛이 나지 않는 수직적인 조직에서 조직원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 는다.

경영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